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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제주도의 시작은 온평리다. 성산일출봉 남쪽 해안가 마을인 온평리에서 탐라국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와 혼례를 올렸다. 한라산 북쪽에서 살던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삼신인이 온평리 해안가로 떠내려온 궤짝을 열어보니 벽랑국 공주가 3명 있었던 것. 공주들은 탐라국 삼신인에게 곡식의 씨앗과 망아지, 송아지를 선물했다. 삼신인은 연못 앞 동굴에서 신방을 차렸다. 입구는 하나인데 세 개의 아기 동굴이 딸려 있다. 해안가 선녀탕에서 목욕재개한 삼공주는 연못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기다리는 삼신인과 혼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 아닐까? 수렵생활을 하던 탐라국이 벽랑국 삼공주 덕분에 농경을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온평리 해안가는 여자의 음부를 닮았다한다. 삼공주를 실은 궤짝이 이곳에 도착할 때 황금빛 노을이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일정 중 방문한 '그랜드 모스크'는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다. 축구장 5배 크기로 4만여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 박대통령은 그랜드 모스크에 마련된 현 카라파 대통령의 선친인 쉐이크 자이드 빈 나흐얀 전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한 박대통령은 무슬림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샤일라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무슬림 전통의상을 착용한 한국의 여성 대통령 모습이 신기했는지, 각종 매체들은 분홍색 원피스에 하얀 샤일라를 착용한 대통령의 모습을 타전했다. 하지만,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성들은 모두 샤일라 같은 무슬림 복장을 해야 관람을 할 수 있다. 복장을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입구에서 대..
헬스게이트 협곡 입구 케냐 남서부 헬스게이트(Hell's Gate) 국립공원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초식동물의 천국이다. 때문에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기린, 얼룩말, 가젤 등 초원에 사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제법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케냐이지만 아프라카의 태양은 동물들도 꺼려한다. 한낮 더위를 피해 동물들이 나무 그늘로 피하기 전 사파리를 시작해야 제대로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물고기 탑 게이트 입구를 지나면 물고기탑(Fisher's Tower)이라 불리는 용암탑이 우뚝 솟아있다.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에는 물이 있었고, 물고기도 살았다고 한다. 초원에 갑자기 솟구친 기암절벽들을 보면 아프리카 지각 변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물고기탑에는 정상..
경복궁 수문장 임명식. 흥례문 뒷편으로 보이는 지붕이 경회루이다. 외국 사신을 접견하기위해 조선 태종12년에 지은 경회루(慶會樓) 내부 특별관림이 10월 31일까지 개방된다. 경복궁 내 서쪽에 자리잡은 경회루에서 바라보는 한양 풍경은 으뜸이었다. 노비 출신 공조판서 박자청이라는 사람이 경복궁 서쪽 땅의 습한 기운이 걱정된다며 경회루를 에워싸고 못을 팠다. 연못 위에 섬처럼 떠 있는 경회루는 사시사철 빼어난 운치가 흘러나온다. 모습이 아름답지만 경회루에 얽힌 역사적 사연은 슬프다.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겨준 현장이 경회루다. 어린 왕을 겁박하는 수양대군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하고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은 연못에 몸을 던지려했다. 하지만 성삼문이 훗날 일을 도모하자며 그를 말렸다. 연산군에게..
케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IT도시 콘자 취재를 3일만에 끝냈다. 다음 목적지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는 일요일인데, 토요일 하루가 자유시간이다. 취재를 하려 해도 토요일에는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쉰다는 적절한 변명거리도 있다. 아프리카에 왔으니 사파리 한번 해보자. 폼 나는 사파리 전용 4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초원을 누비는 거야! 나이로비에서 하루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파리를 묻자 숙박업소 주인이 '헬스 게이트' 국립공원에 가란다. 헬스 게이트? 지옥의 문? 긴장된 반응을 보이자 주인이 웃으며 말한다. "초식 동물만 있으니까, 걸어다녀도 돼요." 날이 더워지면 동물들이 나무 그늘로 들어가 구경을 못한다기에 동이 트기 전 출발했다. 폐차 직전의 승합차를 탔다. 삐그덕 삐그덕 요란한 소리를 내는 승합..
인도를 탈출해 케냐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아프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인근 '마이마유(온천지, hot spring)' 시골 마을에 모바일 입출금 서비스인 Mpesa 상점이 보인다. 케냐 수도에 위치한 나이로비 국제공항. 듣던대로 공항 규모가 국내 버스터미널 수준이다. 그래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자료를 수집한 결과, 부패한 경찰과 공항직원들이 외국인들에게 돈울 요구한다고 한다. 꼬투리를 잡히면 안된다. 기자라고 밝히면 더 복잡해진다. "왜 왔죠?" 입국비자심사를 맡은 여성 공향 요원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다. '어라, 웃네. 잘 통과되겠지....' "여행. 사파리! 동물의 왕국, 사파리!" 뭐가 잘못됐나? 공항 요원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꺄우뚱..
황금 거북이란 뜻의 여수 '금오도'는 검게 보인다해서 '거무섬'이라고도 불렸다. 여수 앞바다에 떠오른 거북이 모양의 섬이 녹음 짙은 빽빽한 나무들로 검게 보여서 그리 불렀다. 나무 잘 자라는 섬은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의 입섬을 금지하고 궁궐 건축재로 사용하기 위해 목재를 키워냈다. 나무 벌채를 금지한 산을 '봉산'이라 불렀는데, 금오도는 소나무 목질이 좋아 '황장봉산'이라 불렀다. 품질 좋은 목재 생산기지였던 금오도에 사람이 들어가게 된 건, 불과 120여년전. 태풍으로 섬의 소나무들이 쓰러지자 금오도는 봉산에서 해재돼 일반인들의 개간이 허가됐다. 튼실한 목재를 자랑하던 아름드리 나무였을텐데, 그 위풍당당한 줄기를 꺽어낸 조선 말기의 태풍의 기세가 궁금하다. 여하튼, 사람을 못살게 할줄만 알았던 태..
지난해 유엔이 집계한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4%다. 2050년에는 세계인의 3분의 2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은 2011년에 90%를 넘어섰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했지만, 도시화는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등 부작용을 불렀다. 도시화를 막을 수는 없다면 좋은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이 고민했다. 특별취재팀이 구성돼 눈여겨볼만한 세계의 도시를 둘러봤다. 인도 타밀나두주 오로빌 타운홀 부근에서 지난 1월 13일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막이었던 오로빌은 주민들의 녹화사업으로 가로수가 가득한 마을이 됐다. 오로빌 주민들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나 전기차를 애용한다. 후배인 국제부 윤승민 기자와 인도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