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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지구 온난화, 핵 위기, 멸종 위기 동식물 등 환경을 주제로 한 환경아트 전시 '녹색여름전'이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주제가 명확한 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 않다. 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친숙하다. 환경 아트 작품 몇 점을 사진에 담았다. 지구온난화 포스터 시리즈.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국가들의 국기를 이용한 작품으로 세계 환경보고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조사한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예상되는 피해를 10개국의 국기 위해 표현 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이명우 작품. 시장바구니 + 앞치마 오른편 네모꼴 초록색 주머니가 지구의 상징이다. 항상 무엇을 만들려는 본성을 가진 사람이 함께 모여사는 푸른 별, 둥근 지구를 네모꼴 녹색 캔버스로 변형했..
완공 4개월만에 아파트가 무너졌다. 잠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인 아침 6시 30분 지상 5층짜리 아파트가 폭삭 주저앉아 33명이 사망했고, 38명이 다쳤다. 지난 1970년 4월 8일에 일어난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 사건. 와우 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와우 시민아파트 참사는 예견됐다. 지금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건설 기간인 6개월만에 아파트를 완성시켰다는데, 당연히 부실공사였다. 건설비로 쓰여야 할 돈이 건설사들의 뇌물 경쟁에 쓰였다. 와우 아파트가 무너지고난 한달 뒤, 남산 자락에 제2의 시민아파트가 준공됐다. 당시 서민들을 위한 시민아파트 사업을 벌였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와우 아파트의 실패는 인정하지만,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시범'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서울의 서촌을 둘러봤다. 둘러 본 것이다. 서촌에 대해 잘 모른다. 카메라를 들고 수 시간 장면 장면을 채집했을 뿐이다. 어느 사진가의 말처럼 털만 보여주는 단상이다. 꽤 자주 가는 곳이다. 경복궁 서쪽, 그러니까 청와대 서쪽은 서촌은 효자동, 청운동, 채부동 등 몇 개의 동을 일컫는 지역이다. 그곳을 많이 가는 이유는 청와대를 향한 울부짖음이 항상 청운동 사무소에서 들려왔고,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이라는 튼튼한 시민사회단체의 사무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핫한 취재 장소였던 서촌이 북촌처럼 문화거리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청와대 동쪽인 북촌은 한옥이 많아 꽤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겨난다. 북촌에 조선시대 북인들이 살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북인, 남인, 서인 등의 정치적 성향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북촌..
목포 다순구미 마을에 가을이 걸렸다. 따뜻하다는 의미의 '따숩다'(다순)라는 전라도 방언처럼 다순구미 마을은 하루 종일 볕이 잘 든다. 가을볕 잘 받으라고 고추를 처마 밑에 걸어놓았는데, 집주인이 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집주인인 할머니는 호미처럼 구부라진 허리를 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 사람이 실로 묶어 걸어놨다는데 처마밑 풍경처럼 바람에 살랑거린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콧물감기가 걸렸다. 고춧가루 뿌린 소주 한잔 마셔볼까? 감기에 걸려서도 어떻게 해서든 술을 마시려하네.
가난한 뱃사람들이 유달산 너른 품에 안겼다. 마을 뒷산에 오른 아낙들은 먼 바다로 나간 남편과 조금새끼들을 위해 기도한다. 붓꽃 빛깔로 노을이 떨어지는 바다는 아낙들의 기도 소리를 싫고 먼 바다로 나아간다. 목포는 항구다. 1896년 개항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목포다. 항구가 생기자 목포 앞바다에서는 해상시장인 파시가 사시사철 열렸고, 돈 냄새를 맡은 가난한 뱃사람들이 모였다. 몸뚱이 말고 가진 것 없는 그들은 바다가 굽어보이는 유달산 남쪽 자락에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따뜻했다. ‘아따, 따숩은 기미네’ 다순구미 마을. 따뜻하다는 의미의 전라도말 ‘따숩다(다순)’와 후미진 곳을 일컫는 ‘기미(구미)’를 일컫는 다순구미는 행정구역 이름으로 온금동이다. 따뜻할 온자와 비단 금자를 쓴다. 정식 명칭이야 나랏일 ..
구례군 백운산에 구름이 피어오른다. 산수동 마을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전남 구례군의 대표적 귀농 마을 몇군데를 둘러봤다. 10여년전 구례를 다녀왔다는 동행한 선배 기자는 당시에 구례에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한다. 구례군의 귀농 지원 정책에 힘입어 예전에는 없던 마을이 몇개 생겨났다. 예술인마을, 산수동마을, 예술인촌마을, 피아골 은어마을, 오미 한옥마을을 둘러봤다. 구례읍과 가장 가깝지만, 오지라고 불릴만한 산수동 마을이다. 산골마을이라 지금도 도로 포장공사가 진행중이다. 대학을 보내고 은퇴한 윤춘수(54), 김명희(50) 부부가 봉서리 산 중턱에 농장을 꾸몄다. 귀농은 일단 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귀뜸한다. 남자야 불편한 농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만 여자는 쉽지 않다. 산수농장도 부인이 농업대..
국내 최초의 중앙정원식 아파트인 동대문아파트. 1965년 완성된 7층짜리 동대문아파트는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살 정도의 부자 아파트였다. 고급 주거지를 자랑하기 위해 복도에 진귀한 살림살이를 내놓도록 경비실에서 독려했다고도 한다. 정동아파트와 더불어 서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부귀영화를 자랑했던 중앙정원 복도라인에는 도르래가 설치돼있다. 도르래는 빨래줄을 지탱하는데, 줄을 잡아당기면 빨래가 복도쪽으로 끌려온다. 빨래를 넌지 얼마 안됐는지 1층 중앙에 들어섰을때 물방울이 떨어졌다. 입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레 아파트를 둘러봤지만 중앙정원에 울려퍼지는 셔터 소리에 한 아주머니가 놀랐다. 죄송하다는 뜻에서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모 신기한게 있냐고 묻는 아줌마의 물음이 더 신기히다. 어떻게 대..
읍내를 벗어나 꼬불꼬불 산길을 휘돌아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입구에 가지런히 놓여진 원형짚단에는 동네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함박 웃음을 웃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무왕1리 마을은 해바라기 마을로 변신했다. 2004년 봄에 농업센터 교육을 마친 마을 이장이 해바라기 농사가 다른 작물보다 평당 3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동네 곳곳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개량 품종의 해바라기인데, 다른 해바라기보다 키는 크지 않지만 꽃이 커서 씨가 많이 열린다. 원래 마을 속지명이 ‘저른’이라 하는데, ‘구름이 쉬었다가는 마을’이란다. 해바라기 마을로 입소문을 타 사진기를 든 탐방객들의 발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