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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기상악화로 3일째 중단됐던 실종자 수색작업이 오늘(13일) 재개됐다. 이른 아침, 한 실종자 가족이 팽목항 등대 아래 아들의 운동화와 운동복을 내려놓았다. 간식과 편지와 함께 사랑하는 내아들. 효도했던 내 아들이 어찌그리 못오고 있는게야. 어서 빨리 돌아와다오. 어서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 신발도 옷도 입어 봐야지. 엄마 소원이야. 아들 얼굴 한번 만저나보세. 어서 돌아와줘. 오늘은. 약속하는 거지. 돌아온다고. 기다리마. 아들. 사랑해.... 유가족 대표단과 재난의료지원단이 해경선을 타고 사고현장으로 가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은 오늘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1시경 잠수사가 세월호 4층 선미 우현에서 여학생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실종자수는 1명 줄어든 28명, 사망자는 1명 늘어나 276명. 28명의 실..
노란 리본에 적힌 사연을 읽다가 눈물 흘리는 자원봉사자 요란하던 비바람이 멈추었다. 숙소에서 눈을 뜨고 창을 여니 하늘이 맑게 개었다. 오늘은 세월호 수색작업이 재개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침몰 해역의 기상여건은 너울성 파도가 일며 여전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부둣가 멀리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렸다. 실종자 가족이었다. 가족은 "왜, 너만 돌아오지 못해!"라며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오후에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실종자 가족을 찾아 위로했다. 안산에 있던 생존자 실종자 가족들도 팽목항을 찾았다. 오늘도 실종자 29명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을 위해 목포해양경찰서 직원이 의자를 가져가고 있다. 팽목항에서 해경선이 사고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바..
세월호 침몰 26일째인 11일,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진도 팽목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실종자 29명의 수색작업은 기상악화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팽목항은 거센 비바람 소리만 들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흐느낌도 비바람 소리에 묻혀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14. 5. 11. 팽복항
슬레이트 지붕이라도 좋다. 지금 이대로 살 수 있다면. 떡 하나, 작은 음료수 한 병도 나누던 동네 인심이 재개발을 버텨냈다. 특별한 이름도 없이 그냥 달동네라 불리던 대전 대동 산1번지에 봄이 왔다. 대동 달동네는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판자촌이었다. 배나무가 많아 배골산이라 불리던 계족산 남쪽 줄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산비탈을 깎아 작은 평지를 만들고 천막과 판자를 둘러 비바람을 막았다.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자 비가 새던 판자 지붕을 아스팔트 기름으로 바르거나 슬레이트로 바꿨다. 아스팔트 찌꺼기로 코팅한 루핑 지붕은 없어졌지만 대동 달동네는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이 비와 눈을 막아주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 뭐해. 관리비도 못 낼 텐데. 죽을 때까지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는 것은 어떤 작용을 할까? - 솔섬 사진 저작권에 대한 마지막 단상 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ando, South Korea, 2007 한글을 좀 깨우친 딸아이가 자기 방 앞에 팻말을 붙였다. ‘시오니(딸 이름) 방’.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좀 긴 팻말로 갈았다. ‘여기는 허락 없이 들어오면 안됩니다. 시오니 방입니다.’ 이름을 짓는 다는 것은 대상의 의미를 인식했다는 증거다. 또 구별짓기 작용도 한다. 그 방은 다른 방과 달리 딸아이의 방이라는 거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그 방이 딸아이 방인지 이미 알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대상에 동어반복적인 이름을 짓는 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강원도의 한 작은 소나무섬을 둘러싸고 영국 유명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와 국내 대기업 대한항공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풍경사진 저작권울 둘러싼 다툼으로 비쳐지는 싸움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8월 TV광고 ‘우리(에게만 있는)나라-솔섬 삼척편’에 아마추어 사진작가 헤르메스(블로거명)의 소나무섬 풍경사진을 사용했다. 이 사진은 17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입선 작품이다. 문제는 이 사진이 마이클 케나가 지난 2007년 찍은 솔섬(Pine Trees, Study1)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마이클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 공근혜갤러리는 지난해 7월 헤르메스의 솔섬 사진이 케나의 모작이라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헤르메스의 솔섬 사진 풍경사진의 저작권..
거울없는 카메라가 유행이다. 지난 2013년 국내 판매된 렌즈 교환식 카메라 53만612대 가운데 미러리스 카메라가 27만1199대로 51%를 차지하며(시장조사기관 GfK자료) 카메라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 SLR(일안 반사식 카메라single-lens reflex camera)의 본체에서 reflex 기능을 담당하던 거울이 없는 카메라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피사체의 이미지를 CCD(Charge Coupled Device)나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등의 이미지 센서(image sensor)에 등사시킨다. 디지털 똑딱이 자동카메라의 경우, 이 등사된 이미지는 LCD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
똑딱, 똑딱, 똑딱.... 시계소리가 아니다. 의성어라는 것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고양이 울음 소리는 우리에게 '야옹, 야옹', 미국 사람들에게는 '뮤, 뮤'로 들리듯이. 아무튼, 똑딱 똑딱은 시계 소리 이외에도 '찰칵'하고 사진 찍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버리는 똑딱 똑딱 시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누르는 사진촬영 기법의 은유이기도 한것 같다. 똑딱이 카메라는 본체에 만능 줌렌즈가 결합된 소형 콤팩트 카메라를 부르는 애칭이다. 똑딱이 자동카메라는 카메라 시장의 디지털화와 맞추어 승승장구했다.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 이전의 필름 자동카메라는 아무리 자동이라 하더라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예측불가능한 불안한 기계였다. 사진이 잘 나온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 소형 액정LCD를 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