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목전에 두고 가을 사진 세 장을 꺼냅니다.

 

 

 

 

가을이 겨울에 내려 앉았네

잿빛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색의 향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만추(晩秋)의 삼원색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붉은빛과 주홍빛, 그리고 노란색이 제 몸 바스러지는 줄도 모르고 색을 태우고 있습니다. 

성미 급한 겨울 바람이 만추의 삼원색을 시샘합니다. 색의 잔치를 빨리 끝내라며 나뭇가지를 흔들어댔습니다. 후드득 떨어지는 낙엽처럼 제 마음도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아직 가을의 고운 빛깔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영원히 붙잡아 둘 수는 없겠죠? 영하의 바람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은행 단풍 하나가 회색빛 코트 털뭉치 둥지에 내려앉았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잿빛 겨울에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2017. 11. 16. 정동

 

 

 

 

 

 

 

 

 

낙엽 지는 소리

큰일 났습니다. 단풍 좋아하면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는데, 속절없는 제 발길은 울긋불긋 물들고 있는 정동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야단났습니다. 나이 들면 낙엽 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데, 우박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멈칫멈칫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낙엽 굴러가는 소리에 웃었던 나이는 언제 지나가버렸는지도 기억 속에 희미합니다. 무대조명처럼 그늘을 뚫고 떨어진 빛줄기, 붉은 낙엽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2017. 11. 3. 정동

 

 

 

 

 

 

 

 

 

 

가을 하늘 닦다
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파랬습니다. 회색빛 빌딩 숲에 갇혀 있지만 고개를 들면 마천루가 잡아먹지 못한 파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저 파란 가을 하늘을 손으로 잡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 상암동의 한 빌딩 앞에 물방울 모양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볼록 거울처럼 생긴 조형물에 파란 가을 하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죠.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가을 하늘을 환경미화원이 깨끗하게 닦고 있었습니다.
2017. 10. 23.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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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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