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12.29 광부 아리랑
  2. 2014.06.16 수암골 연탄 마을
  3. 2014.06.12 간밤에 따뜻하셨죠?

광부 아리랑

village 2014.12.29 21:47

 

검디검은 선탄장에서 달그락 달그락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다. 눈만 내놓은 광부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석탄을 걸러내고 있다.

 

 

작년 간다 올해 간다 석삼년이 지나고, 내년 간다 후년 간다 꽃 같은 청춘 탄광에서 늙었다.

기차 떠날 적에 고향 그리워 울고, 막장 삽질하니 땀방울이 핏방울이다.

문어·낙지·오징어는 먹물이나 뿜지, 광부의 목구멍에는 검은 가래가 끓는다.

광부아리랑이 흐르는 강원 태백시 철암동 탄광마을 이야기다.

 

 

 

거짓 간판이다. 궁원 다방, 단란주점 젊음의 양지에는 아가씨들이 없다. 광부들이 놀던 상점들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이 놀고 있다.

 

 

지금의 연탄은 가난을 말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광부증 들고 다니는 사내는 장가가는 것이 쉬울 정도로 인기 많았다. 우리나라 기간산업이 바로 석탄산업이었다.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제1의 광산 도시로 군림했던 태백시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 추진된 1989년 이전까지는 동네 개들이 돈을 물고 다닐 정도로 영화를 누렸다. 현재 태백의 탄광들은 대부분 갱도 문을 닫았고, 장성광업소가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철암역두 선탄장은 장성 탄광에서 채굴한 석탄에서 폐석을 분리해 상품가치 높은 정탄으로 만들고 있다. 1935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선탄시설로 2002년 근대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됐으며 지금도 석탄을 만든다.

 

 

 

까치발 건물에서 포대기에 아이를 업은 한 아낙네가 출근하는 남편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마을에 무당집도 여럿 있었다는데, 막장에 들어가는 남편 운을 점치려는 광부 아내의 애타는 마음이 탄광역사촌 동상에서 흘러나오는 듯하다.

 

 

“광부 출근길에 여자가 지나가면 화를 당한다고 욕먹었다죠. 하지만 철암동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따라 석탄일을 나갔어요.”

컴컴한 갱도에서 석탄을 캐내는 건 남자들의 몫이지만, 캐낸 석탄을 불 잘 붙는 연료상품으로 만드는 건 여자들의 손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 광부였던 최순덕씨(58)는 하루 8시간씩 억척스럽게 망치로 석탄을 부숴가며 폐석을 걸러냈다. 일손이 모자라 선탄장은 3교대로 24시간 내내 가동됐다. 석탄가루 마시는 것도 갱도의 남자 광부들과 마찬가지.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진폐증 검사를 받고 있는 최씨는 철암탄광역사촌 문화해설사로 일하며 쇠락한 마을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석탄산업이 호황일 때, 철암동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선술집이 생겼다. 안주는 주로 삼겹살. 광부들은 돼지 기름이 석탄가루를 씻어준다고 믿었다. 철암역사탄광촌 슈퍼마켓 자리에 마련된 옛날 식당 풍경이다.

 

 

“어서 시장이 들어서야죠. 역사촌이 개관했지만 관광객들이 좀 더 오래 머물다 갈 먹거리와 놀거리가 필요해요.”

 

올해 초 개관한 철암탄광역사촌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선탄장 맞은편 까치발 건물이라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상점 건물들이 탄광역사촌이다. 광부들의 호탕한 씀씀이를 받아내기 위해 좁은 상가 공간을 확장하려고 하천변에 까치발 모양으로 기둥을 세웠다. 흉물스럽다며 철거하자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지만 건물 외관을 그대로 보존한 탄광역사촌은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페리카나치킨 가게는 문화해설사의 사무실로, 금은방 제일당 옥상은 선탄장 전망대로 활용하며 건물 외관을 모두 보존했다. 식당 3개는 계속 영업을 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 철거된 철암장터가 하루속히 다시 열리기를 마을 사람들은 고대하고 있다.

 

 

 

철암역 건너편 산동네에 올망졸망 광부들의 집들이 모여 있다. 하늘만 빼놓고 온통 까맣던 탄광 마을에 눈이 내렸다.

 

 

하늘 빼고는 온통 까맣던 철암동에 하얀 눈이 내렸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를 녹이려 가정집 보일러의 연탄은 제 몸을 태우고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자신의 몸뚱이를 다 태우며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찰 수 없듯이, 철암동 사람들은 자신들의 동네를 함부로 발길질하지 않았다.

 

 

 

함부로 버리지 못한 연탄재가 손수레에 실려 있다. 선탄장 주변 가정집들은 아직도 연탄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2014. 12. 17. 태백시 철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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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이웃집 앞에 놓인 연탄재에 그림을 그리고 말풍선을 달았다. “간밤엔 따뜻하셨죠?” 아침에 눈을 뜬 이웃집 아줌마는 연탄재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머리 위에 상추를 키우는 연탄들이 달을 바라보고 있다.

 

 

 

한여름을 목전에 둔 6월에도 마을 고샅길 귀퉁이에 연탄재가 쌓인 달동네가 있다. 누런 연탄재에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다. 연탄을 실은 리어카, 오줌 싸는 사내아이, 샤워하는 여인 등 재밌는 벽화가 그려진 충북 청주시 달동네 수암골이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1·4후퇴로 피란온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육군병원에서 빌린 천막에서 생활하던 피란민들이 우암산 기슭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40년 가까이 수암골에서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박만영 할아버지(80)가 옛날 수암골의 모습을 들려준다.

“판잣집은 무슨. 으로 벽돌을 한 장 한 장 찍어내고 볏짚으로 하늘을 가렸지.”

황량한 불모지에 흙벽돌로 희망을 쌓아올린 피란민들은 이제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 대부분을 도시로 출가시킨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목욕하는 여인을 무등을 탄 연탄들이 훔쳐보고 있다. 평상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는 어디를 보고 계실까?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제법 큰 골목길 담장에 지역 예술가들이 타일을 붙이고 있었다. 마을 벽화체험교실에 참여한 방문객들이 그린 조그만 타일 그림이다. 골목길 벽화작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는데, 골목길 정취가 드라마틱해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수암골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동네를 구경하던 여자 아이가 오줌 싸는 사내아이를 보고 등을 돌렸다.

 

 

 

 

“커다란 가게들만 잔뜩 생겨 동네가 사라질까봐 걱정돼.”

 

마을 작업장에서 짚으로 멍석을 만들던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쉰다. 방송을 통해 수암골이 유명세를 타자 드라마 제목을 가게 이름으로 내건 커다란 음식점들이 마을 주변에 들어섰다. 골목길을 돌며 찰칵찰칵 사진을 찍던 탐방객들은 동네 입구 구멍가게를 지나쳐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 지갑을 연다. 수암번영회를 만들어 빼앗길 뻔한 골목길은 지켜냈지만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상업시설은 속수무책이다.

 

“소통 없이 돈만 벌고 있는 게 문제죠.”

수암골 마을공동체 마실 이광진 사무국장(56)은 수암골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당연한 얘기건만, 당연하지 않은 게 문제다. 수암골이라는 마을 이름까지 상표로 등록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가족 탐방객이 수암골 벽화지도를 보며 동네를 구경하고 있다. 간밤 부부의 악다구니 싸움 사연과 쌔근쌔근 잠자는 아기의 숨소리, 새벽녘 귀가하는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골목길이다.

 

 

 

고샅길 담벼락에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가 적혀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있는가?

 

 

 

 

탐방객이 그린 타일을 예술가들이 동네 담벼락에 붙이고 있다.

 

 

수암골은 외지인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며 연탄재가 되고 있다.

수암골을 함부로 차지 마라.

하얀 껍데기만 남은 수암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40여년 가까이 마을 사람들의 주전부리를 해결해준 삼충상회 앞에서 동네 주민들이 인사하고 있다.

 

2014. 6. 8 - 10. 청주 수암골

 

P.S. 지금 수암골에서는 비주류 독립작가 RM의 <거리에 남긴 연탄들>이 열리고 있다. 거리 전시회다.

(간밤에 따뜻하셨죠?http://photonote.khan.kr/78

(RM http://streetart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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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39, 40.

 

충북 청주의 달동네 수암골에서 거리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515일부터 시작된 연탄, 예술이 되다프로젝트는 무기한으로 진행된다. 스스로를 비주류 독립작가로 규정한 비정규 문화예술 노동자 RM은 자본주의적 문화예술시스템을 거부한다. RM은 보다 진보적인 문화예술행동을 지향하는 독립예술가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가난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26.

 

 

2012년 봄이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그림을 그리던 RM은 이웃집 대문 앞에 놓여 있는 연탄재를 발견하고 낙서를 한다.

간밤에 따뜻하셨죠?"라고.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12

 

 

 

신기하게도 그 연탄재는 며칠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깜찍하게 변해 있는 연탄재를 발견한 이웃집 아줌마가 차마 그냥 내다버릴 수 없어서 그냥 두었단다.

! 슬모없이 버려진 연탄재들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구나!”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11

 

 

 

제 몸을 다 태워버린 후, 아무런 쓸모없이 버려지는 거리의 연탄재들에게 생각과 느낌을 덧씌워 작은 의미를 부여했다. 처음에 거리에 남겼던 연탄재들은 현재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오랜 시간 길 위에서 비, , 바람을 맞으며 한 줌의 재로 사라져버렸다. 쉽게 부서져버릴 수밖에 없는 연탄재들의 운명이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20

 

 

곰곰이 생각을 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오래 보고 즐길 수 있는 연탄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연탄, 예술이 되다라는 이림의 거리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만드는 작업 공정을 거친 연탄 작품들이 전시된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37

 

 

RM은 수암골 프로젝트를 위해 약 500여 장의 연탄재를 모아 두었다. , 동네를 돌아다니며 닥치는대로 연탄재들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모아 만든 200여점의 다양한 연탄재 작품들과 비공개 작품들이 수암골 일대에 전시된다. 비주류 독립작가 RM의 첫 번째 거리 전시회다.

 

 

 

 

 

거리에 남긴 연탄들 / 청주 / NO 36

 

 

http://streetart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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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