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 오름 정상에서 두 여인이 다랑쉬 오름을 감상하고 있다.




장마다. 그래도 제주에 갔다. 남태평양같은 바다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장마기간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름 오르기.




용눈이 오름 내리막길에 손바봉 등 제주 동북의 오름들이 보인다.




368개나 될 정도로 제주는 오름 천국이다. 한라산 기생화산인 오름은 노약자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한 오름도 많다. 이름도 예쁜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제주 북동부 오름 중 손에 꼽히는 오름이다.




용눈이 오름 정상



용눈이 오름은 장마 기간에 올라도 좋다. 물영아리 오름처럼 나무 그늘이 없기 때문에 뙤약볕에 오르면 힘이 든다. 큰 비가 아니라면 우산을 들고 올라도 좋을 만큼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해발 247.8m다. 중산간에 있으니 실제 등반 높이는 훨씬 낮다.




부드러운 용눈이 오름 능선 뒤로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산책 코스는 '9'자 모양이다. '9'자에서 동그란 부분은 분화구를 도는 코스다. 빼어난 곡선 능선이 일품이다. 분화구를 천천히 한바퀴 돌면 다랑쉬오름, 손자봉 등 각양각색의 오름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동쪽으로는 우도와 성산일출봉도 보인다. 보름달이 뜨는 야심한 밤에 달과 별을 보러 오르는 오름 매니아도 있다.




제주 고지도에 표시된 제주 북동부의 오름들



2016. 6. 21. 용눈이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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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오름 지도

 

 

제주도는 거인신 설문대할망이 만든 섬이다. 태초에 설문대할망이 방귀를 뀌자 천지가 창조됐다. 할머니는 바닷물 속에서 흙을 퍼올려 한라산을 만들었다. 한라산 근처에 근데근데 흘린 흙들은 오름이 됐다.

 

 

 

조랑말박물관 설문대할망 조형물

 

 

 

한라산 기생화산인 오름은 368개다. 하루에 하나씩 올라도 1년 동안 못 오를 정도로 많은 갯수다. 368개의 오름은 제 각각 독특한 산세와 식생이 분포한다는데, 한라산처럼 분화구에 물을 간직한 물영아리오름을 올랐다. 제주 남동쪽,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솟아있다.

 

 

 

 

물영아리오름

 

 

민둥산같은 대부분의 오름과 달리 물영아리오름은 숲이다. 나무 그늘이 정상까지 이어져 요즘 처럼 무더운 초여름 날씨에 등반하기 좋다. 하늘높이 치솟은 삼나무숲길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8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정상이다. 정상에서도 숲이 이어져 다른 오름처럼 중산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 하지만 정상을 조금 내려가면 넓은 습지가 펼쳐진다. 오름 분화구다.

 

 

 

물보라길 잣성길. 목장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을 잣성이라 부른다.

 

 

 

분화구에서 목마른 노루 한 마리가 물을 마시다 인기척에 놀라 도망갔다. 둘레가 1km에 달하는 분화구 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물장군 등 다양한 식생을 간직하고 있다고한다. 지난 2006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될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됐다고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산 정상에 숲으로 둘러싸인 습지를 보면 신비한 느낌이 든다. 하긴, 이 곳은  물을 관장하는 신령이 깃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영아리라 불린단다.

 

 

 

오름을 오르는 나무 계단길. 800여개의 계단 중간에는 세 군데의 쉼터가 있다.

 

 

 

가파른 오름 등반이 싫다면 둘레길을 걸어본다. 물영아리 오름을 한바뀌 에둘러 도는 물보라길이 있다. 수망리에 있는 오름 둘레길이라서 물보라길이다. 물 '수', 바라볼 '망'을 풀어쓴 말이다. 자연하천길, 소몰이길, 잣성길 등 6.4km의 산책로다. 수망리공동목장이 있어, 운이 좋으면 소몰이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물영아리 분화구

 

 

2015. 5. 22. 물영아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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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청보리 물결따라 가파도

 

 

 

바다 너머로 송악산과 산방신이 펼쳐진다.

 

 

청보리 물결이 넘실대는 가파도에 갔다. 제주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축제 기간이라 입도객이 많아 돌아오는 배시간도 정해져있다. 두시간 남짓.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오는 5월 8일까지 열린다.

 

 

가파도에서 80년 넘게 지낸 할머니.

 

 

 

가파도 여객선은 카페리가 없다. 랜트카, 오토바이, 버스로 뒤엉킨 우도의 해안도로와 달리 가파도는 한산하다.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2.5km A코스, 2km B코스 두 산책로가 있고, 상동포구와 하동포구를 잇는 4.3km 올레 10-1 코스도 있다. 상동포구 가파도 지도 앞에서는 가파도에서 80년 넘게 산 할머니가 막대기를 들고 산책코스를 설명해주신다.

 

 

 

가파도 돌담.

 

 

 

청보리밭은 섬 중심에 펼쳐진다. 제주 본섬과는 좀 다른 모양새의 화산암이 밭담을 형성하고 있다. 밭담을 따라 걷다보면 어우동처럼 재밌는 허수아비도 나타난다. 영악한 참새들은 허수아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보리밭을 누빈다. 청보리 물결을 따라 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송악산과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다면 한라산도 볼 수 있다.

 

 

 

 

 

 

해안길을 걷는 것 보다는 밭담길과 마을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파도 130여명의 여자 중 70여명이 해녀라는데, 집집마다 태왁이 걸려있다. 해녀가 자맥질할 때 몸을 의지하는 뒤웅박인 태왁 옆에는 '경력 00년' 해녀의 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대부분 40년 이상이다. 가파도 주변 해안에 펼쳐진 암초들에 해산물이 풍부하게 서식한다.

 

 

해녀 집에 걸린 어깨말이와 태왁. 잠수하기 위해 납덩이로 만든 조끼가 어깨말이다.

 

 

 

모슬포로 돌아가는 배에서 바라본 가파도는 빈대떡 모양이다. 한국의 유인도 중 고도가 가장 낮은 섬이라 빈대떡처럼 보인다. 섬의 70%가 보리밭이니까 보리 빈대떡이다.

 

 

 

 

2016. 4.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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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영화 한편이 시골 마을을 아트빌리지로 탈바꿈시켰다. 탈북한 새터민 여성이 팝아티스트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박진순 감독 영화 '설지'다. 북한에서 선전화를 그렸던 주인공 설지는 탈북한 후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벽화를 그렸다. 누리꾼에게 이목을 끈 설지는 '홍대 벽화녀'라는 별명이 붙었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함께 제주에 내려간다.







설지의 제주 배경이 된 곳이 신천리다. 반어 반농의 시골 마을 신천리는 서귀포시 성산읍의 조용한 마을이었다. 영화의 소재인 벽화를 그리기 위해 팝아티스트 등 예술인들도 마을에 상주하며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51점의 벽화가 신천리 곳곳에 숨어있다.







'마을 벽화 주제가 뭔지 아세요?'


'몰라요.'


'무제'







신천리 해안가에서 카페를 하는 주인 말처럼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제각각이다. 해녀, 물고기, 꽃, 미니언즈를 비롯한 만화의 캐릭터들 종잡을 수 없다. 눈속임을 하는 트릭아트 그림도 있다. 어느 누리꾼의 지적처럼 한가지 주제였다면 시골마을을 더 부각시킬수 있을텐데...







'바람코지 신천아트빌리지'라고 소개한 마을 입간판처럼 '바람코지'를 표현했다면 마을 탐방객들이 신천리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람코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곶을 말한다.






2016. 3. 13. 성산읍 신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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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무지갯빛 봄

wild world 2016.03.21 09:33

 

 

 

 

 

 

 

봄에는 바람날만하다. 봄바람을 타고 빨간 꽃, 노란 꽃, 푸른 잎의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 흑백 톤의 겨울은 자궁 속에 색계(色界)를 품고 있었구나! 접사 렌즈를 통해 봄의 속살을 훔쳐봤다.

 

남쪽 나라 제주는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 남쪽 서귀포시 위미리 동백군락지에 봄비가 내리자 동백꽃이 후드득 떨어졌다. 붉은 낙화는 돌담길에 레드 카펫을 깔고 상춘객을 기다렸다. 특정 군락지가 없이 제주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도 절정이다. 오늘과 내일은 서귀포시 중문과 대평리로 이어지는 유채꽃 길을 걷는 대회도 열린다.

 

겨우내 잠자던 밭담 안 채소들도 기지개를 켰다. 제주 북동 구좌읍에서는 당근과 무를 수확하려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촉촉한 흙에서 속살을 드러낸 홍당무와 푸릇한 무가 따스한 봄볕을 맞고 있었다. 어느 게으른 농부의 밭일까? 수확시기를 놓친 브로콜리가 초록빛 꽃망울에서 노란 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구좌읍 평대리 해변에 앉아 봄바람을 맞았다. 3일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보니 봄은 무지갯빛이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봄의 색이 육지로 올라갈 차례다.

 

 

 

 

 

2016. 3. 13 - 15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 세화리, 성산읍 섭지코지, 난산리, 남원읍 위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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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갑마장길을 걷다

window 2015.10.22 21:10

 

 

말 달리던 길을 걸었다. 제주도 갑마장길이다. 서귀포시 표션면 가시리의 중산간 평원은 조선시대 때 최상급 말을 기르는 목장이었다. 그래서 갑마장(甲馬場)이라 불렀다. 제주도 동남쪽 중산간이다.

 

 

 

 

갑마장길 오른편으로 돌담인 잣성이 이어진다. 갑마장길은 빨간 리본을 따라 걷는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죽하게 뻗어나간다. 해발 200-600m로 한라산과 해안 저지대를 연결하는 제주도의 허리 지역이다. 기생화산인 오름과 화산 숲인 곶자왈이 중산간에 있다. 주변지역에 비해 약간 높은 평지가 펼쳐진 들판인 벵듸도 중산간에 있다.

 

사슴 모양의 큰사슴이 오름 앞 벵듸가 갑마장이다. 조선 선조 때 김만일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기르던 말들을 임금에게 군마로 바쳤다. 명품으로 인정 받아 녹산장이라 부르던 목장은 갑마장이라 불리게 됐다. 김만일은 1,600마리 이상의 말을 진상으로 바치며 헌마공신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큰사슴이오름 앞에서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큰사슴이 오름 앞에는 유채꽃플라자가 있다.

 

 

 

갑마장길은 숲과 오름, 들판을 돈다. 가시리에는 13개의 오름이 있는데, 큰사슴이 오름 등 8개의 오름을 갑마장길에서 만날 수 있다.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따라비 오름도 이곳에 있다. 따라비 오름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한라산을, 북쪽으로는 성불오름, 비치미오름 등 오름 군락도 감상할 수 있다.

 

 

 

 

갑마장길 옆으로 가시천이 흐른다.

 

 

 

말들을 기르던 곳이라 하천이 흐른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갑마장길을 따라 가시천이 흐른다. 방목하는 말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쌓은 돌담인 잣성도 오롯이 보존돼 있다. 가시리 마을회관을 시작으로 따라비 오름, 큰사슴이 오름 등을 도는 갑마장길은 약 20km, 7시간 거리다. 좀 길다 싶으면 갑마장을 중심으로 도는 약 10km의 쫄븐 갑마장길을 걸어도 된다. '쫄븐'은 '짧은'의 제주도 사투리다.

 

 

 

 

 

 

 

 

해안길을 주로 도는 올레길이 식상해졌다면 갑마장길을 걸어보자. 제주 중산간의 고요함에 흠뻑 빠져들을 수 있다.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억새가 운치를 더한다. 하지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으니 생존비품을 미리 준비해야한다.

 

 

 

 

새끼오름

 

 

2015. 10. 갑마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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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딸 아이와 놀멍 쉬멍 올레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 한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놀거리가 있는 올레길이라 그야말로 놀멍 쉬멍 끝까지 걸었다. 구간 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올레5코스다.

 

 

 

남원 큰엉 해안경승지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포구에서 시작하는 5코스는 위미항을 지나 쇠소깍(소가 누워있는 모양의 연못)까지 14.4km 거리다. 남원읍의 작은 마을들과 포구들을 지나기 때문에 여자들이 걱정하는 화장실도 자주 나온다. 남원포구 해안길을 1km 정도 지나면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제주 특유의 해안절벽을 만날 수 있는데, '큰엉 해안경승지'라 불린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큰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언덕이라고 해서 '큰엉'이다.

 

 

 

한반도 숲 터널

 

 

 

1.5km에 이르는 큰엉 올레길에서는 숨은그림찾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입을 크게 벌린 호랑이 얼굴 모양의 호두암, 여성의 젖가슴처럼 두 봉우리가 봉긋한 유두암, 인디언을 닮은 추장 바위 등 해안 절벽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절벽 아래서 새알처럼 동그란 바위를 발견했는데, 딸 아이가 공룡알 바위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반도 모양을 한 숲 터널도 만날 수 있다.

 

 

남원읍 위미리의 한 양식장 풍경

 

 

 

걷다가 지쳐 카페에 들렸다. 커피맛 좋다는 '와랑와랑' 카페는 문을 닫았고, 건축학개론으로 유명세를 탄 '서연의 집'은 연은들로 북새통을 이뤄서 통과. 사진말전문 갤러리카페 '마음빛그리미'에서 다리를 쉬게 했다. 딸 아이를 위한 시원한 한라봉 주스와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메뉴판이 없어 가격을 물어봤는데, 나가는 길에 후원함에 맘껏 내란다. 커피 맛도 괜찮았다.

 

 

 

 

위미리 작은 마을 개천 담벼락에 써있는 제주 방언.

 

 

 

특별한 맛집은 없어도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무인 스낵바도 있다. 자판기 두 개와 커피포트가 있는 작은 가게다. 남원 포구에서 사온 김밥을 먹은 터라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사람 없는 가게를 신기해하는 딸 아이와 함께 짜장범벅을 비벼먹었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다방 커피 끓여 마시기에 안성맞춤일게다.

 

 

 

 

 

 

구름 위로 솟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보니 5코스 종착지인 쇠소깍에 도착했다. 독특한 용암 지형의 연못에서 즐길 수 있는 투명카약이 유명한 곳이다. 딸 아이와 함께 뱃놀이를 하고 싶은데, 마감 시간이 됐다. 일찍 와서 표를 끊고 두세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남원포구가 아닌 쇠소깍에서 투명 카약 먼저 타고 올레길을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것 같다.

 

2015. 6. 올레5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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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제주도의 시작은 온평리다. 성산일출봉 남쪽 해안가 마을인 온평리에서 탐라국 삼신인이 벽랑국 3공주와 혼례를 올렸다. 한라산 북쪽에서 살던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 삼신인이 온평리 해안가로 떠내려온 궤짝을 열어보니 벽랑국 공주가 3명 있었던 것. 공주들은 탐라국 삼신인에게 곡식의 씨앗과 망아지, 송아지를 선물했다.

 

 

 

 

 

 

삼신인은 연못 앞 동굴에서 신방을 차렸다. 입구는 하나인데 세 개의 아기 동굴이 딸려 있다. 해안가 선녀탕에서 목욕재개한 삼공주는 연못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기다리는 삼신인과 혼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 아닐까? 수렵생활을 하던 탐라국이 벽랑국 삼공주 덕분에 농경을 시작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온평리 해안가는 여자의 음부를 닮았다한다. 삼공주를 실은 궤짝이 이곳에 도착할 때 황금빛 노을이 바다를 물들였다해서 '황루알'이라 불렀다. 황루알 해변을 중심으로 마을 해안가는 6km에 달한다. 제주 해안가 마을 중에서 제일 긴 바닷가를 갖고 있다. 해안가가 길어서 그런지 용암석으로 쌓아올린 환해장성도 일부 남아있다. 바다로부터 침입해오는 적을 막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쌓은 성곽이다. 탐라의 만리장성이다.

 

 

 

 

 

 

탐라국 건국신화라는 큰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온평리에는 훈훈한 요즘 이야기도 갖고 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마을 초등학교가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살아났기 때문. 온평초등학교로 전학오는 학부형들을 위해 동네에서 셋방을 마련해주었다. 온평초등학교는 50여년 전에도 학교가 문을 닫을 뻔했는데, 해녀들의 도움으로 되살아났던 학교다. 화재로 교실이 불타버렸는데, 해녀들이 미역을 팔아 교실을 다시 만들었다. 그래서 한때 마을 앞바다를 '학교바당'이라 불렀다. 학교바당에서는 지금도 250여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시작한 올레길이 온평리를 지난다. 환해장성이 둘러진 해안가에는 바닷가 정취를 만끽하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도 섭지코지까지 이어진다.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일주도로도 마을을 지난다. 그냥 지나치기 쉽상이지만 마냥 지나치기 아쉬운 마을이다.

 

 

 

 

 

 

2015. 5. 제주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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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초등학교가 다시 살아났다. 마을 인구가 고령화되어 입학생이 줄자 2014년 통폐합 명단에 올랐던 학교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게 놔둘 수 없다며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학교살리기 운동을 벌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초등학교 이야기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굣길에 마을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60여년전 학교를 위해 미역을 채취하던 학교바당(바다)에서는 아직도 마을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해녀들의 도움으로 살아났던 학교 역사를 이제 우리가 이어가야죠.”

개교한 지 4년째 되는 1950년, 학교에 불이나 전 교실이 불에 탔다. 문애선 교장이 사연을 풀어놨다.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해녀들이 미역 판 돈을 학교 재건을 위해 내놨다. 당시 마을 앞바다에서 나는 미역은 전국에서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마을 앞바다를 ‘학교바당(바다)’이라 불렀다.

온평초등학교는 한때 8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온평리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던 학교였다. 차츰 학생수가 줄어들더니 어느새 제주 본섬에서 가장 작은 학교가 됐다. 한 선생님이 두 학년을 전담하는 복식학급으로 수업을 이어갔다. 학생수가 늘지 않으면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2일 열린 입학식에서 재학생 언니 오빠들이 신입생들을 환영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사는 거죠.”

학부모들은 지난해 5월 학교살리기 희망비빔밥 행사를 열었다. 골고루 섞인 비빔밥처럼 학부모와 주민,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마음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예상밖의 결실을 맺었다. 비빔밥 한 그릇에 돈 1만원쯤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십시일반의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2300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작은 시골마을 치고는 굉장한 액수였다. 그후 계속된 학교살리기 운동으로 2억원에 육박하는 기금을 모았다.

 

학교살리기 기금은 마을로 이주한 전학생들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쓰였다. 방치된 공동 찜질방을 개조해 다세대주택을 만들고, 어촌계 사무실도 가정집으로 꾸몄다.

 

 

 

작은 학교는 한 학년 한 학급이기 때문에 학년이 바뀌어도 친구들과 헤어질 걱정이 없다.

 

 

 

 

“첫 시골생활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집이 깔끔해서 다행이에요.”

 

아이의 개성이 강해 도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임성빈군(가명)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시골학교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아무래도 학생수가 적으면 성빈이의 진면목을 선생님들이 알아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때마침 온평초등학교의 ‘전학생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 소식을 접했다. 성빈이 어머니는 용기를 내 이삿짐을 꾸렸다.

 

 

 

은 시골학교이지만 다도, 전통무예, 바이올린, 영어회화 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제주에선 ‘아침밥이 있는’ 9시 등교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온평초등학교는 8시부터 교문을 연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학교에서 놀겠다며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일찍 오는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매일 아침 아이들과 손을 잡고 학교 운동장을 달린다.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온평리에 웃음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830,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아침 건강 달리기를 한다.

 

2015년 3월 제주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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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

 

 

 

 

 

무더위를 피해 호수공원 호수교 아래 발포매트를 깔고 누웠다.

시원한 강바람에 더위를 날리며

죽어라 땅만 밟으며 내 몸의 무게를 받아낸 발을 난간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눈과 손은 쉬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나 저 너머의 또다른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바라본다.

같은 매트에 몸뚱이는 같이 있어도 서로 다른 세계와 접속하고 있다.

정신은 여전히 가상세계에 머물며 더위를 식히지 못하고 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빛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들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하지만 연인은 모든걸 훌훌 버리지 못했다.

바다의 속삭임을 듣지 않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두 연인의 몸은 제주도 푸른밤 그 별빛아래 있지만

실재로 그들이 있는 곳은 스마트폰 가상의 세상이다. 

 

 

201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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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