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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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주망태 친구 황태

김창길 2013. 1. 7. 00:00

 

 

연말이기 때문에,

힘찬 새해를 시작한다고,

그냥 술 마시기는 미안한지 애주가의 술상 테마는 다양하다.

술상 테마가 부족하다면?

빙허(憑虛) 현진건 선생님의 소설 제목 하나를 기억하면 해결된다.

 

술 권하는 사회.

 

술 권하는 사회는 '모주망태'다.

'고주망태'와 말이 비슷한 모주망태는 늘 술에 쩔어 사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고주'는 술을 짜는 망태기 '고주'의 본딧말이다.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술에 쩔은 상태를 '고주망태'라 한다면,

항상 고주망태인 사람을 '모주망태'라 한다.

'모주(母酒)'는 고주에 걸래낸 좋은 술에서 남은 찌기술을 말한다.

술이 부족한 애주가들에게 찌끼술도 어머니 같은 술이다.

 

소설가가 아닌 소시민들은 만취한 다음 날, 해장의 방법을 모색하며 눈을 비빈다.

극약처방으로 약방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겨울 해장의 진미는 몸도 따듯하게 대펴주는 황태국이 최고다.

 

황태는 본래 명태다.

명태는 상태에 따라 애주가들보다 이름이 다양하다.

 

생태는 말 그대로 생물인 상태의 명태를 말한다.

얼리면 동태다.

생태와 동태를 말리면 북어 혹은 황태가 된다.

혹한의 겨울에 말리는 명태가 황태다.

삼한사온의 날씨가 반복되면서 명태는 얼고 녹는 과정을 스무번 이상 반복한다.

그냥 말리면 뻣뻣해지지만,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면 명태는 살이 불어 터지며 쫄깃쫄깃한 육질을 갖게 된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와 평창군 대관령면의 덕장에서 건조된 황태의 육질이 으뜸이다.

산간지방의 폭설이 내리면 덕장의 명태살이 눈 수분을 흡수해 도톰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건조하면 명태의 살갖은 검게 그을린다.

검게 건조된 명태를 흑태 혹은 먹태라 하며, 딱딱한 건태를 깡태라 부른다.

산란을 마친 마른 명태를 건조시킨 꺽태,

머리를 잘라내 말리면 무두태,

한 코에 네 마리를 반쯤 건조 시킨 코다리,

어린 명태를 말리면 노가리가 된다.

 

건조된 명태는 대부분 해장용이지만 노가리는 술안주다.

거창한 이유로 술자리를 시작했지만,

술 자리가 끝나갈 무렵이면 거창한 이유는 사라지고 애주가들은 노가리를 깐다.

바다의 포식자 때문에 부화된 명태 알이 어린 명태, 즉 노가리가 되기가 어렵다고 한다.

노가리 깐다는 말은 명태가 아무리 많은 알을 낳아도 실속이 없다는 말에서 유래한다.

 

명태에 대해 너무 노가리를 깠다.

주저리 주저리 명태에 대해서 이야기 한 이유는 혹한의 날씨다.

당장은 한파로 인한 채소값 폭등이 걱정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 생산되는 황태의 품질도 걱정이다. 

너무 추워 덕장에 널린 명태가 동태인 상태로 봄을 맞는 것은 아닌지....

 

 

 

2010, 2011년 대관령 황태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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