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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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만드는 손

김창길 2013. 2. 6. 19:50

 

 

거친 조릿대를 엮는 손이 발갛게 부었다. 

 

정초에 새로 장만한 조리를 복조리라 했는데, 일찍 들여놓을수록 길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섣달 그믐날 자정이 넘으면 조리 장수가 '복조리 사려' 외치며 골목 구석을 누볐고, 아낙들은 밤을 새며 복조리 장수를 기다렸다고 한다. 복조리 장수의 진풍경을 이제 볼 수는 없지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구메농사마을에서는 노인들이 방에 둘러 앉아 산대나무 조릿대를 쉴새 없이 엮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복조리의 재료인 산죽이 많은 전남 화순군 송담마을 등 몇몇 마을이 복조리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값싼 중국산 복조리에 밀려 명맥만 유지한다. 하지만 안성시 죽산면 구메농사마을은 국산 복조리의 대부분을 생산하며 성공한 복조리 마을로 유지돼고 있다. 복조리 장인들과 함께 만드는 복조리 체험교실도 운영중이다. 시집와서 60년 넘게 복조리만 만들었다는 할머니들도 있다.

 

쌀을 담글 때 복조리를 사용하면 정말 복이 올까? 쌀을 이는데 거품기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복조리를 사용해봐야겠다. 주춤하던 로또도 다시 시작해야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기도 안성 구메농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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