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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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 소금길을 만들었네

김창길 2014. 12. 10. 22:09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아서 염리동이라 불렀다. 옛 서울 마포동 소금머리골에 소금배가 드나들던 소금전이 있었고, 대흥동 동막역에는 소금창고가 있었다. 물론, 현재의 염리동에는 소금장수가 없다. 노후한 밀집 주택가는 재개발지구로 지정됐고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워졌다.

 

 

 

 

 

컴컴한 골목길은 무서웠다. 우범지역이라는 오명도 따라붙었다. 2012년까지는 그러했다. 서울시는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을 염리동에 착수했다. 범죄예방 디자인?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도시 디자인 작업을 통해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뜬 구름 잡는 설명이다. 염리동을 걸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저절로 이해된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 벽돌길처럼 염리동 골목길 바닥에는 노란 점선이 그려져 있다. 노란 점선 골목길 어귀마다 고유 번호가 적힌 노란 전신주가 우뚝 솟아있다. 노란길을 따라 걷다보면 노란 대문집들을 마주치는데 대문 앞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혹여나 마주칠 범죄상황에 빠진 여성과 노약자들이 비상벨을 누르며 전신주 고유 번호로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

 

 

 

 

 

마을 디자인이 모두 범죄예방 기능에 충실한건 아니다. 골목 곳곳마다 재밌는 벽화가 마을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가파른 계단도 화사한 색깔로 칠해졌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사방치기에서 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산뜻해진 마을 분위기에 주민들도 반겼다.

 

 

 

 

 

우범골목이던 염리동 골목길은 이제 소금길로 불린다. 거리를 기웃거리던 범죄자들 대신 카메라를 든 탐방객들이 마을 곳곳을 누빈다. 디자인이라는 오즈의 마법이 재개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는 동안 살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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