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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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쳐 The Big Picture

김창길 2012. 10. 11. 21:43

 

 

지난 해 동네 마트에서 단숨에 산 책이다. 마트 책코너를 불신하는 내가 대형마트에서 책을 산 것은 이례적이다. '픽쳐'라는 단어에 몇 장 넘겼다. 주인공은 사진작가를 꿈꾸는 변호사였다. 그의 아내는 작가의 꿈을 포기한 주부였다.

음, 나랑 좀 비슷하네, 와이프도 마찬가지고...

 

프랑스 문화원에서 기사작위를 받을 만큼 프랑스에서 사랑 받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너디'의 소설 '빅피쳐'는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스릴러물이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이란 사진작가였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 '벤'은 사진작가의 길을 걷는 대신 고가의 사진장비를 구입하며 대리만족하며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나간다. 아내가 바람핀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한국판 표지는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을 잘 함축했다. 말끔해 차려입은 양복에 전문가용 사진기를 걸친 남자. 얼굴은 사진으로 가렸다. 사진은 양복과 어울리지 않게 야구 모자를 쓴 수염 덥수룩한 남자다. 손에는 피가 묻어있다. 

피 묻은 손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듯이 '살인'을 뜻한다. 누구를 죽이냐? 물론 아내와 바람난 남자. 공교롭게 아내는 무명의 사진작가와 바람났다. 표지 주인공에 들고 있는 얼굴 사진이 바로 아내와 바람난 사진작가 '게리'다. 그리고 주인공 '벤'은 '게리'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게리'는 사진작가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게리'의 얼굴을 한 '벤'은 사진작가로 성공한다. 이런, 변호사로 성공한 주인공이 사진작가로도 성공하다니... 사진만 찍는 나도 성공하기 힘든데... 사진으로 성공한 과정도 좀 우연성이 강하고.... 하지만 문학평론가도 아닌 내가 내러티브의 훌륭함까지 논할 수는 없겠고,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한 묘사는 그럴듯했다. 그래서 단숨에 읽었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카메라를 수집했다. 외할아버지가 은퇴해 포트로더데일의 콘도에 살고 있었는데, 거기서 탁자에 놓인 낡은 브라우니 카메라를 보았다. 나는 브라우니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본 순간 그 즉시 사로잡혔다. 마치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개의 이미지로 시야를 좁힐 수 있어 주위 모든 사물을 다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한 여섯 살짜리 꼬마를 가장 크게 만족시킨 건 렌즈 뒤에 몸을 숨긴 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꼬마는 카메라 렌즈를 자기 자신과 세상 사이를 가로막는 벽처럼 사용했다.' (page 12)

 

 

 

평점 : 도서관에서 빌려 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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