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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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탈출기

김창길 2015. 3. 12. 22:53

 

지난해 유엔이 집계한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4%다. 2050년에는 세계인의 3분의 2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은 2011년에 90%를 넘어섰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했지만, 도시화는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등 부작용을 불렀다.

도시화를 막을 수는 없다면 좋은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이 고민했다. 특별취재팀이 구성돼 눈여겨볼만한 세계의 도시를 둘러봤다.

 

 

 

인도 타밀나두주 오로빌 타운홀 부근에서 지난 1월 13일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막이었던 오로빌은 주민들의 녹화사업으로 가로수가 가득한 마을이 됐다. 오로빌 주민들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나 전기차를 애용한다.

 

 

후배인 국제부 윤승민 기자와 인도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런, 좋은 나라도 많은데 하필 인도라니.... 특별취재팀에 여기자가 많은 터라 좀 위험해 보이는 나라를 후배와 내 몫으로 남겨놨다. 사람들 다 순해보이던데 인도가 뭐가 위험해하며 툴툴거리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란 생각에 후배 손을 붙잡고 여행자보험을 들기위해 보험사 창구로 갔다.


"어디 가세요?"
"인도요."
"죄송합니다. 인도는 어렵겠습니다."


뭐야, 인도가 그리 위험한 나라인거야? 외교부 안전등급에 인도는 주의를 필요로하는 나라로 분류됐다. 보험사에서 퇴자를 맞으니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사실, 카메라가 많이 무거웠다. 부숴질수 있으니 항상 배낭에 짊어지고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오로빌 주민들이 지난 1월 12일 마을 중심부 타운홀 회의실에서 ‘리트릿 준비 회의’를 열어 행정체계 개편 계획을 논의했다. 일종의 직접민주주의 과정인데, 원하는 주민 누구나 참석해 오로빌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논의한다. 사진은 타운홀 외부에서 주민들인 지나가는 모습이다.

 

 

현지시간 새벽1시, 인도 첸나이(인도 남동부) 공항에 도착했다. 누가 인도 아니랄까봐, 공항에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세계2위 인구를 자랑할만했다. 사람들은 영어로 된 이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 택시 기사를 찾지? 하나 하나 영어 이름표를 보며 지나가다가 한글이 보였다. 친절하게도 택시 기사가 한글로 된 우리 이름표를 들고 웃고 있었다. 반갑네 인도 서비스.

 

만족할만한 상태의 택시는 아니었지만 한글 서비스에 만족해하며 차에 올랐다. 덥다. 에어컨이 안될것 같은 년식의 택시였지만 에어컨이 가능하단다. 차창을 닫고 에어컨을 주문했다. 몇 분이 지나자 모기 한 마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시간이 없어서 풍토병 예방 주사도 못 맞은 터였다. 에볼라 바이러스같은 감염원을 가진 모기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후배의 표정도 밝지 않다. 택시 안에 있는 모기는 한 두마리가 아니었다. 손으로 휘저어보지만 인도 모기 피하는 솜씨가 블랙이글스 조종사 수준이다. 배낭에서 지난 여름 딸내미가 쓰던 뽀로로 모기 접근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불쌍한 표정으로 후배가 쳐다봤다. 아, 케냐에서 써야하는데... 나머지 스티커 하나를 후배에게 건냈다. 인도, 위험한 나라 맞다.

 

 

 

오로빌이 인도 정부와 공동으로 세운 지구연구소는 기존 벽돌의 3분의 1도 안되는 에너지로 벽돌을 만드는 장치와 기술을 갖고 있다. 벽돌을 화덕에 굽지 않고 건조시켜 만들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도 최소화된다. 오로빌 적토로 벽돌을 만드는 모습이다.

 

 

모기 퇴치에 성공하자 택시는 고속도로를 올라탔다. 캄캄한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고속도로에는 한낮 경부선 못지 않은 차량들이 이동했다. 트럭도 많다. 눈이 부셨다. 차들이 상향등을 켜고 도로를 달렸다. 앞 차 뒤꽁무니까지 따라 잡으며 추월하는 운전 솜씨가 첩보원 수준이다. 차량 추격씬이라도 찍는 듯 현란한 운전이다. 우리 택시기사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한다. 갓길로는 오토바이도 다닌다.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인도, 위험한 나라 맞다.

 

날이 밝자 숙소에 도착했다. 배낭을 던져 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스르르 오던 잠이 꼬끼요 수탉 소리에 물러났다. 숙소 밖에서는 기도문 외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몸은 피곤한데 신경은 예민해질데로 예민해져 잠이 오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온 키릿(64)은 오로빌에 정착한 이듬해인 1997년 외곽의 둑과 저수지를 직접 만들었다. 매년 11월 우기가 되면 빗물에 토사가 흘러내린다. 키릿이 제방을 만들기 전까지 오로빌 주민들의 별명은 ‘붉은 발’이었다. 저수지 부근에 오로빌 이웃 마을 주민들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3일 만에 공동체 마을 '오로빌(Auoville)' 취재를 마쳤다. 타밀나두 주의 작은 마을 오로빌은 지난 1968년에 세워진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 마을이다. 세계 49개국에서 온 2300여명의 주민들이 국적과 인종, 민족, 종교, 성별에 상관없이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계인 마을이다.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어 또 택시를 타고 마을 밖을 나갔다. 사막이었던 오로빌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든 저수지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특별한 시설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땅을 몇 군데 파놓은 수준이다. 여긴, 직접 안봤어도 되는데...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데, 도로에서 '퍽'하는 소리가 났다. 택시와 오토바이가 부딪혔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도로 위에 누워있었다. 인도, 정말 위험한 나라 맞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3일 전통 명절 ‘퐁갈’을 앞두고 선생님과 함께 크리스마스 때와 같은 트리를 세우고 있다. 퐁갈은 매년 1월14일부터 나흘간 계속되는 타밀나두의 전통 설이다. 오로빌은 ‘세계인의 마을’을 지향하며 1968년 세워진 도시다. 이곳 아이들에게는 성탄절도, 퐁갈도 모두 똑같은 축제다.

 

 

 

다음 목적지는 케냐다. 다시 그 위험한 택시를 타고 첸나이 공항으로 가야했다. 어쨌든, 취재는 마쳤으니 공항 가는 길에 숙박업소에서 소개해주는 식당에 들러 근사한 저녁을 먹자며 택시에 올랐다. 한글 이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그 운전사가 모는 택시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택시 안에 모기가 없다.

 

한 이십분을 달렸을까, 길목에서 마을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와 있었다. 뭐 재미있는 마을 행사가 있나? 마을 사람들은 우리 택시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우리를 반겨주는 걸까? 그런데 사람들 표정이 심각했다. 남자들 대여섯명이 택시로 다가오더니 차를 두드리며 택시 운전기사에게 시끄럽게 모라모라 말했다. 주위를 살피니 길목에 차창이 모두 깨진 버스가 한 대 서있었다. 아니, 마을 주민들이 아니라 떼강도인가? 순간 등꼴이 오싹했다. 다행히 운전기사는 차창을 닫고 차를 돌려 길목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길로 접어 든 택시 운전기사가 설명했다. 그 마을에 떼강도가 버스를 강탈했다고. 사람도 몇명 죽은것 같다나. 이런, 조금만 더 일찍 그 마을을 지났으면 우리가 떼강도를 당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 인도 정말 위험한 나라 맞다.

 

여기서 죽으면 뉴스에도 안나올 것 같다. 운전기사 말로는 그쪽 마을에서는 매해 몇 명 죽는단다. 총소리도 나고. 아뿔싸! 후배와 나는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는 또 질주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벗어나자!    

 

 

 

오로빌의 중심부에는 명상과 성찰을 위한 공간이자 도시의 핵심인 ‘마트리만디르’라는 구(球) 모양의 건물이 있다. 오로빌을 설립한 것은 인도의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스리 오로빈도를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마더(어머니)’라 불리는 미라 알파사라는 여성이 주도해 건설됐고, 유네스코의 자금 지원 아래 프랑스 디자이너 로제 안제르가 도시의 중심부를 설계했다.


 

2015년 1월 인도 오로빌

 

 

오로빌에 대한 자세한 기사는

1. 도전하는 도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22157535&code=210100

2.미니 지구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22203375&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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