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알면 함부르크가 보인다.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유리병 속 교역선




속도 무제한의 도로 아우토반을 타고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Hamburg)에 갔다. 함부르크 중앙역과 인접한 알스터(Alster)강 공원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함부르크에 왔으니 햄버거를 먹어야지.'
공원과 가까운 햄버거집 짐 블록(Jim Block)에서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가격은 1만원쯤. 한국의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스테이크와 감자 튀김의 양과 질은 그 가격 만큼 값어치를 했다. 좀 의아했던 건, 감자 튀김을 케첩에 찍어먹지 않는다는 점. 숯 향이 느껴지는 스테이크는 꽤 맛있었다.




엘베강 지류인 알스터 강가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겨울에는 강 전체가 얼어붙는다. 유람선을 타고 강 주변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햄버거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로 일치한다. 함부르크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햄버거로 부른 것. 햄버거(hamburger)는 함부르크 사람, 혹은 한부르크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햄버거를 처음 만들어 먹었던 사람들도 독일 함부르크 사람들이었을까? What's Cooking America 웹진에는 햄버거의 기원을 몽골에서 찾는다.




함부르크 짐 블록 햄버거




12세기 세계를 평정했던 몽골 사람들은 기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역시 간편해야 했다. 몽골 전사들 중 타타르족은 양이나 소고기를 평평하게 잘라 안장 안에 넣고 다녔다. 말 등짝과 안장에 낀 고기는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져지고 부드러워졌다. 엉덩이 두드리기로. 

징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은 13세기에 모스크바까지 진격한다. 엉덩이로 다져진 날고기도 모스크바까지 진출했다. 사람들은 몽골 사람들이 먹는 이 납작한 다진 고기를 타타르족이 먹는 스테이크, 타타르(Tartare) 스테이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함부르크 곳곳에는 이곳이 바로 항구도시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먹던 타타르 스테이크는 17세기 독일과 러시아가 교역을 하면서 함부르크에 퍼지게 된다. 이 때도 다진 고기는 타타르 스테이크로 불렸다. 당시 함부르크는 유럽에서 제일 큰 항구. 중세부터 한자동맹에 가입한 함부르크에는 커피, 향신료, 담배 등 세계의 모든 교역품들이 거래됐다.

18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미국이 들어서자 유럽 제1의 항구 함부르크의 교역선은 미국 뉴욕항으로 뻗어나갔다. 미국 사람들은 함부르크 사람들이 먹는 다진 고기를 함부르크 스테이크, 줄여서 햄버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Hamburg함부루크 + er = 함부르커 -> 햄버거 Hamburger). 함부르크에서 온 햄버거는 미국 서민층에게 퍼졌고, 빵과 야채를 곁들인 미국식 햄버거로 발전했다.




함부르크 국제해양박물관




현재도 함부르크는 유럽의 관문인 로테르담 항구에 이은 유럽 제2의 항구 도시다. 전쟁으로 많은 건물들이 파괴됐지만 18세기부터 사용했던 항구의 창고인 슈파이어스타트(Speicherstadt)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슈파이어스타트는 카페트, 커피, 담배, 향신료 등을 보관하던 붉은 벽돌의 창고다.

현재 슈파이어스타트는 카페, 화랑, 사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존가치가 높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됐다. 건물의 원형을 잘 보존하기 위해 슈파이어스타트에는 엘레베이터를 설치하지 않고 옛날 방식인 도르레를 통해 물건들을 옮긴다.




슈파이어스타트. 창고 지구는 수로가 이어져 유람선을 타고 슈파이어스타트 지구를 구경할 수 있다.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맥주를 마시며 석양에 물드는 함부르크 항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외국인이 말을 건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 나도 한국에 가봤어요. 소주랑 삼겹살 맛있어요. 부산에 가봤거든요."


맞다. 생각해보니 함부르크는 부산의 자매도시다. 함부르크 신도시 하펜시티에는 작은 철교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부산교다.




부산교



독일 함부르크 2016. 8.

Posted by 김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