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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과 협곡을 걷다

김창길 2015. 4. 9. 16:40

 

 

 

 

 

헬스게이트 협곡 입구

 

 

케냐 남서부 헬스게이트(Hell's Gate) 국립공원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초식동물의 천국이다. 때문에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기린, 얼룩말, 가젤 등 초원에 사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제법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케냐이지만 아프라카의 태양은 동물들도 꺼려한다. 한낮 더위를 피해 동물들이 나무 그늘로 피하기 전 사파리를 시작해야 제대로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

 

 

 

물고기 탑

 

 

 

게이트 입구를 지나면 물고기탑(Fisher's Tower)이라 불리는 용암탑이 우뚝 솟아있다. 이름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에는 물이 있었고, 물고기도 살았다고 한다. 초원에 갑자기 솟구친 기암절벽들을 보면 아프리카 지각 변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물고기탑에는 정상까지 밧줄이 이어져 있는데, 더위에 지치지 않은 관광객들은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초식동물의 천국이지만, 국립공원 내에는 지옥의 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볼거리가 있다. 지옥의 문 협곡인데, 과거 용암이 흘러나간 자리가 협곡이 됐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레이더2편에 협곡이 등장한다며 마사이족 가이드가 귀뜸해줬다. 가이드는 나뭇가지를 씹으며 협곡 아래로 일행들을 인도했다.

 

"뭐 씹고 있는거야?"

군복 차림의 마사이족 가이드에게 물었다.

"씹는게 아니라 이빨 청소하는거야. 아카시아 나무인데 향도 좋아."

가이드는 옆에 나뭇가지를 하나 꺽더니 씹어보라고 건냈다.

"고맙다. 근데 왜 군복을 입고 다니는거야?"

"여기 협곡 다닐려면 군복이 편해. 신발도 튼튼하고.“

처음에 진짜 군인인줄 알았잖아.”

 

 

 

마사이족 가이드

 

 

 

용맹하기로 유명한 마사이족은 땅에 다니는 소들은 모두 자기네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소 타부족의 소들을 모두 약탈해야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한다. 원래 그네들 것이니 빼앗는 것이 당연하다는 거다. 농사를 짓지 않는 마사이족은 소피, 소젖, 고기를 먹는다. 15세 전후에 할례를 받아야 남자들은 용맹스러운 전사로 거듭난다. 할례를 받을 때, 아픈 표정을 지으면 이웃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한다고 한다.

 

긴 창과 방패를 든 용맹한 전사들은 간혹 사자 사냥에 나선다. 자신들의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50만 마리에 달하는 아프리카 사자들이 2만여 마리로 감소한 것은 마사이족의 사자 사냥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죽했으면 동물의 왕 사자가 마사이족 전사들을 무서워한다고 믿지 못할 말이 있을까?

 

나중에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정말 아프리카 사자들이 마사이족 전사들을 피해 물러나는 영상이 있다. 대여섯마리의 사자들이 소를 잡아먹고 있었는데, 세 명의 마사이 전사들이 사자들 곁으로 걸어가자 사자들이 뒤로 물러났다. 전사들은 소 다리 한 짝을 칼로 짤라 어깨에 메고 유유히 자기 마을로 돌아갔다. 사자들은 고개를 갸우뚱대며 남은 고기를 먹어치웠다.

 

 

 

 

 

 

 

 

마사이 가이드는 지나기 힘든 지형에서 손을 잡아주며 일행들이 안전하게 협곡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지구상에서 제일 뼈가 튼튼하다네요. 차랑 부딪히면 마사이족은 멀쩡한데 차가 찌그러진다는 말도 있어요."

트래킹을 같이 하던 일행의 말이다. 과장이겠지만 마사이 가이드의 손을 잡아보니 튼튼한 뼈가 느껴진다. 손아귀 힘도 대단하다.

가이드는 협곡에서 떨어지는 조그만 물줄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만져봐요. 뜨거울 거에요."

온천수다. 1억년 전부터 갈라지고 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판 사이의 땅속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립공원 곳곳에는 땅속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국의 한 대기업은 이곳 국립공원의 지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때마침 발전소 앞에서 한국인 직원을 만났는데, 그 직원분도 한국인이 반가웠는지 친절하게 악수를 청한다.

 

 

 

 

 

 

 

악마의 입처럼 생긴 긴 협곡을 지나자 마사이족 마을이 나왔다. 창과 방패를 든 전사들의 모습은 없다. 관광지의 마지막 종착지인 기념품 가게처럼 장신구와 음료수를 팔고 있는 마사이족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 인상에도 전사 부족의 이미지는 없다. 아마도 이곳은 초식 동물의 낙원이라 마사이족들도 순한 모양이다.

 

 

 

 

아프리카의 하늘

 

2015. 1. 아프리카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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