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여우

window 2013.07.03 22:06

 

광화문 2013.7.2.

 

 

긴 마른장마가 끝나고 한 주시 시작되는 월요일(2일) 출근시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멋쟁이 여성들이 형형색색의 장화를 신고 출근하고 있다.

장화를 신은 그녀들의 발걸음은 경쾌하다.

물이 고인 곳도 첨벙첨벙, 그녀들의 발걸음은 거침없다.

장대비를 표현하는 고전적인 소재를 벗어나 그녀들의 발걸음 리듬에 맞춰 셔터를 눌렀다.

 

 

 

광화문 2013.7.2.

 

 

지난 주, 아내도 장화를 사달라 졸랐다.

비 오는 날 며칠이나 되냐며 고개를 꺄우뚱거리자 요즘 장화는 겨울에도 신는단다.

마트표 장화를 추천하자 얼굴이 이그러진다.

천연고무로 만든 장화를 신어야 건강에 좋다나...

브랜드 장화를 원하는 아내와 타협에 들어갔다.

코앞인 아내의 생일 선물로 장화를 사는 것으로 협상은 타결됐다.

 

 

 

광화문 2013.7.2.

 

장화는 원래 군대 출신이다.

18세기 영국군 총사령관 '아서 웰즐리'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승마용 고무장화를 신고 전장을 누볐다. 나폴레옹군을 무찔러 명성을 얻어 '웰링턴 공작'으로 불린 그의 유명세와 더불어 공작의 고무장화 군화도 널리 보급됐다. 혹독한 기후에도 전쟁을 수행해야하는 군인에게 완벽한 방수 고무장화는 당시 매우 실용적인 전투장비로 인식됐다.

군화로 인기를 끌던 고무장화는 이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됐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 기후 특성에도 적합한 신발이었기 때문. 사람들은 그래서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고무신을 웰링턴부츠라 불렀다.

 

 

 

광화문 2013.7.2.

 

 

신문사 사진부 장비 목록에도 장화가 포함된다.

비오는 날 사진 찍기 위해서?

아니다. 비가 많이 오면 차라리 반바지를 갈아입고 샌달을 신는게 활동하기에 더 적합하다.

장화는 우중 취재보다는 진흙이나 갯벌에 들어갈때 사용된다.

비와는 전혀 상관없는 장비다.

 

여자들도 비에 젖을까봐 장화를 신지는 않을까 싶다.

비오는 날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

그리고 다시 유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퇴행적인 욕망이 합쳐진게 아닐까 추측한다.

그래서 나는 장화를 신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여동생처럼 느껴진다.

 

 

 

광화문 2013.7.2.

 

 

'wind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푸른밤  (1) 2013.11.21
낯선 프레임  (0) 2013.08.19
장화 신은 여우  (0) 2013.07.03
장마  (0) 2013.06.16
우리에게 북한을 볼 권리가 없다.  (0) 2013.04.06
복 만드는 손  (0) 2013.02.06

Posted by 김창길